이영화 나도 봤다!

'1987'_ 영화에 대한 긴 썰_ 역사라는 주인공 앞에 언론 STANS란..

게으름윤쌤 2018. 1. 4. 12:48


극장을 찾는 횟수가 나날이 줄고있다. 


언젠간 김제동이 TV에서 그러더라. 

'겨우 2시간 나를 위해 휴대폰도 꺼놓지 못하겠느냐고' 


하루종일 게으르게 살면서도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그 두시간이 없더라..


커피 한 잔 오천원이 아쉽지 않으면서

두시간에 만원하는 그 영화는 왜 그렇게 고민을 하는지.. 


아마 시간이 흐르면 흐를 수록 더 하리라. 


이렇게 

시간을 돌아보는 순간이 많은 요즘 1987은 2018년을 여는 첫 영화였다. 



1987년.. 

내인생의 1987년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1987년 어느날 우리동네에 선거 유세를 온 노태우 를 보았고, 나는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작은 태극기를 흔들었다.


서울과 불과 한시간 거리였지만 영화에서 비추는 그날의 이야기를 나는 알 수 없었다. 

나는 그저 빨간머리앤, 요술공주 밍키같은 만화를 보는 그저 그런 아이 중에 하나이니깐.


지금도 다르진 않다.


5.18광주혁명을 글로만 읽었으며

6.3민주화항쟁역시 전해들은것이 다 이다. 


지금 누리는 모든 민주적인 상황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기에..


그리고 2016년 촛불로 나라를 바로세운 것도 그냥 당연한 시대의 흐름이라고 생각했다.


모든것은 균형감각을 가지고 있기에 한쪽으로 치우치면 반대급부가 부상한다고 생각하기에..


특정하게 인기가 있으면 금방 사그라 든다고 생각하기에..


나의 도덕적 관념과 달리 옳고 그름은 사회적 잣대에 의해 판명되는 것이 크다고  생각하기에..


그냥 나는 흘러가는 그 물살에 살짝 얹어가는 소리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대학때 선배가 노동운동을 했었고, 최류탄과 민중가요가 있는 투쟁을 느껴본 마지막 세대라고 썰을 풀고 있지만

그로 인해 바뀐 세상에 기대따윈 없었따. 


그냥 한때 재미있던 기억일뿐이라고, 나는 나일 뿐이라고 








곰소녀 한줄 평 



"수많은 대배우가 출연했지만, 그 '날'만큼 주연은 아니었고, 

그 사건을 온전히 기록하고 정직하게 보도하는 언론만큼  훌륭한 조연은 없었다"

추 천 
감 동 
연 기 



썰이 길었다. 


어째튼 이런 회색분자(스스로를 일컫는말)가 1987을 봤다.


영화 보는 내내 내 시선을 끈 것은 언론이라는 그 자체였다. 


내가 언론학도로써 처음 배운것은 '정론'이었다.


불가한 힘에 대응하는 시선이었다.


그리고 살아가다보니 자위하며 이해해 보려는 시선으로 옮겨가고 있지만 


최소한 언론인이라면 그런 책임감과 의무감은 있어야지 생각하고 있었다.






이 영화가 딱 그렇다.

그런 책임감과 의무감으로 꽉 채워진 

기자가 원하는 것은 특종이 아닌 사실에 대한 진실이라는 사실 

최소한 언론이라도 그 역할을 다했다면..

그래서 모든 정권이 언론을 먼저 컨트롤 하려고 한다는 지금까지 이어오는 불편한 사실.. 


그렇기 때문에 최소한 언론이라고 불리고 싶다면 해석이 분분할 지언정 사건을 직면하고 진실에 기대어 보도를 해야한다는 지금은 없는 어떤것에 대해 꾸준히 이야기한다.






영화가 시작하고 끝날때까지 수많은 대배우들이 나온다.

자체캐스팅이라고 불릴정도로 배우들이 나서서 작은 배역이라고 나섰다고 한다. 

하지만 영화는 그 어떤 배우에게도 주연이라는 이름을 쥐어주지 않았다.


그들은 그 한 장면 한 장면을 온전히 채워주었고 전체가 모여도 누구의 영화가 되지 않도록 밸런스가 좋았다. 

그래서 그들은 대배우고, 장준환 감독은 심지가 굳은 연륜있는 감독이었다. 


사실 유명한 배우들이 나오지 않았다면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에 가까웠을 것이다. 


여느 신인감독이 했다면 강동원과 김태리의 러브스토리가 되었을 수도 있다. 


실제, 강동원 얼굴이 나오는 순간 객석에선 고음의 탄성이 나왔으니..

유나니 김태리와 강도원 씬은 조명이 블링블링했으니..




앞서 이야기했듯 이 영화의 주인공은 언론이다.


보도지침 개나줘버리고, 목숨줄이 왔다갔다 하지만 언론이 보도함에 두려워 하지 않는 그것


시대가 엇나가고 있어도 올바르게 바로잡을 수 있는 동앗줄 


지금은 없는 그것들을 실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밝은 햇빛을 누리며 마음편히 커피를 마시는 지금 이순간은

누군가의 희생으로 얻어가는 것을 우리모두는 알고있어야 한다.


그들의 빨갱이라는 올가미안에서 죽어갔을 지언정 언론이 올바르게 취재하고 거짓에 대항하는 뚝심이 있어 오늘의 우리가 있는것이다. 


오늘의 그것과 달리.. 



그래서 영화 안에서 기자의 무게감은 중요했다. 

표현이 크고 딕션이 좋은 이희준은 튀지않으면서도 묵직함을 보여주었다. 




생떼같은, 소위 SKY 대학생들의 등을 밟고 살고있는 우리는 여전히 숨죽여 살고있다. 


알쓸신잡 1편에서 유시민작가가 그런말을 한 적이 있다. 

"그 시대 우리는 대학생으로써 사회적 책임감이 있었다." 


박종철 열사나 이한열 열사의 부모님들은 그저 없어졌으면 좋을 한 해였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를 보라.


그리고 스스로 기자라고 칭하는 분들은 보라.


오늘 하루 편안히 눈을 뜬 모든 분들은 보라..


영화를 보고 책임감을 느끼라는것이 아니다. 그냥 알고있어야 한다.


내 발밑에 있는것이 무엇인가를.. 


놓치고 있는것이 무엇인가를... 


그리고 내가 누구인가를.....